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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복지의 문제점을 담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줄거리 감상문

by Dora the explorer 202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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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 2016) 스틸컷

 

줄거리 - 나는 성실하게 살아온 노동자일 뿐이다.

영국 뉴캐슬에 살고 있는 59세의 목수 다니엘 블레이크는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된 후 복지부에서 나오는 질병수당으로 생활하고 있다. 병원에 간 다니엘은 심장 기능 검사를 받고, 주치의에게 당장은 일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는다. 주치의의 권고대로 건강을 회복해 가던 중 복지부에서 다니엘을 '일할 수 있는 상태'로 판단해 질병수당을 정지시킨다. 다니엘은 이는 복지부의 착오이며, 항고를 위해 재심사 청구를 하려고 한다.

복지부를 찾아간 다니엘에게 돌아오는 것은 구직수당의 항고신청은 인터넷 신청이라는 답변뿐이었다.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한 다니엘은 우연히 난처한 입장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케이티를 발견한다. 원칙대로 일 할 뿐이라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복지부 직원들의 꽉 막힌 모습을 보며 화를 내고 딱한 사정을 들은 다니엘은 케이티를 돕기로 한다. 다니엘은 두 아이를 데리고 런던에서 이주해 온 싱글맘 케이티의 집으로 가 변기를 고쳐준다. 자신의 형편에도 불구하고 딱한 케이티를 위해 선뜻 도움을 준다. 

다니엘에게는 인터넷 세상은 너무 어렵기만 하다. 유일하게 친절한 복지센터 직원 앤의 도움으로 익혀가려 하지만, 잘못된 선례가 남을 수 있다며 상사는 앤을 저지한다. 이웃의 도움으로 겨우 인터넷 구직수당을 신청한 다니엘은 질병수당 항고까지 생계를 위해 구직수당을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력서를 들고 구직 활동에 나선다. 하지만 복지부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형태(인터넷 지원 등)로 구직하지 않은 다니엘의 구직수당마저 끊어버린다. 다니엘의 집에는 전기, 가스요금 독촉장이 날아오고 아내 몰리와의 추억이 깃든 가구까지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한편 케이티는 너무나도 삶을 버거워한다. 일을 구하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 돈이 없던 케이티는 마트에서 위생용품을 훔치다가 걸리게 되고 마트 직원은 그녀를 보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남긴다. 케이티는 결국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춘을 하기에 이르고, 케이티에게 일어난 일을 직감한 다니엘은 그녀를 도우려 한다. 

 

다니엘을 이른 죽음으로 이끈 것은 누구인가?

다시 질병 수당 항고 날짜를 잡아달라고 하는 다니엘에게 복지사는 항고 날짜가 잡히기 까지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좌절의 문턱에 놓인 다니엘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며,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은 것이라고 말한다. 다니엘은 복지부를 나와 벽에 그래피티를 그려 항의한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굶어 죽기 전에 항고일 배정을 요구한다. 상담 전화의 구린 대기음도 바꿔라."

라는 낙서를 하고 사람들은 소리 없는 그의 외침에 환호한다. 그에게 경고하는 직원들에게는 할 일을 안 해주니 이러는 것이 아니냐며 항의를 하다 경찰에 잡혀가고 만다. 경찰은 다니엘에게 트러블을 일으키지 말라 경고하고 다니엘은 집으로 돌아온다. 며칠 동안 몸이 좋지 않은 다니엘에게 케이티의 딸 데이지가 찾아온다. 아저씨(다니엘)가 엄마를 도운 것처럼, 아저씨를 돕고 싶다고 말한다. 케이티의 아이들 덕분에 기력을 회복한 다니엘은 케이티와 함께 질병 수당 심사에 참가하기 위해 복지부로 향한다. 담당 치료사의 희망적인 말과 함께 긴장한 다니엘은 화장실에서 쓰러지고,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장례비용이 가장 저렴한 아침에 진행된 다니엘의 장례식이다.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던, 이웃이 어려우면 그를 도왔던 다니엘의 "나는 개가 아니라 인간이다."라는 문구와 함께 이에 인간적 존중과 권리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케이티가 읽으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현대 사회 복지의 문제점과 윤리적 딜레마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1936년생의 영국 출신 감독 켄 로치의 두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한 차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켄 로치는 사회 복지 체계와 개인의 삶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이념인 자유주의와 복지는 상호 보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경제적 자유와 시장의 역할을 존중하면서도, 복지 시스템을 통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개인들에게 보호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감독의 비판적인 시각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문제를 조명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고민을 유발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복지 센터 직원들을 통해 보여주는 사회복지사들의 딜레마였다. 취약한 사회 구성원들을 돕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은 다양한 윤리적 고민과 선택을 하게 된다.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도 자원의 한정성과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를 우선하여 돕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한과 사회적인 불평등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공정성과 정의를 고려하면서 가장 취약한 사회 구성원들에게 집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는 다니엘이 질병 수당 재심사에 참여하고 복지부에서는 이에 대한 반론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복지의 윤리적인 규범과 전문적인 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신뢰와 책임감을 가지며,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전문적인 역량과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판단력을 발전시켰다면 다니엘은 너무 빠른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부디 그의 죽음 이후에는 공정하고 인간다운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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