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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 자발적 떠돌이가 된 여자, 독립영화 <소공녀> 리뷰

by Dora the explorer 2024.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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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Microhabitat,2018) 포스터

 

 

소공녀, 제목의 뜻과 의미

우선 영화의 한글 제목 소공녀(小公女)는 1888년 발표된 프랜시스 버넷의 소설 '소공녀'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일찍 어머니를 잃고 살아가는 주인공 세라(Sara)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어 제목으로는 일반적인 소공녀를 뜻하는 단어 'Little princess'가 아닌 'Microhabitat'을 선택했다. Microhabitat은 작은 곤충이나 미생물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곳을 말하는 미소(微小) 서식 환경을 뜻한다. 감독은 주인공 '미소'가 하루살이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서식하는 환경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 소공녀는 2018년 개봉한 전고운 감독의 독립영화다. 전고운 감독은 이 영화로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과 시나리오상,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인공 '미소'역의 배우 이솜과 그녀의 애인 '한솔'역의 안재홍을 비롯한 여러 조연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으로 더욱 몰입해 볼 수 있다.

 

"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미소는 친구의 집을 청소해 주고 하루 일당 45,000원을 벌어 살아간다. 한겨울에도 보일러 대신 옷을 껴입고 생활해야 하며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지병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담배와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 한솔이 있기에 행복하다. 시간은 훌러 해가 바뀌고 담배값이 오른다. 설상가상으로 지내고 있던 집의 월세마저 올라버린다. 지출의 변화가 필요했던 미소는 '집'을 가장 먼저 포기하기로 한다. 미소는 대학시절 밴드부 멤버들을 찾아가 머물기로 하며 여정을 떠난다.

첫 번째로 찾아간 친구 문영, 점심시간을 짬 내 스스로 주사를 놓을 정도로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듯하다. 재워줄 수 있냐는 미소의 물음에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는 문영이다. 집이 없을 정도로 돈이 없냐며 현실적인 걱정을 해준다. 미소는 두 번째 친구 현숙을 찾아간다. 현숙은 갑자기 찾아온 미소를 진심으로 반겨준다. 시부모님 집에 살고 있는 현숙은 힘든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삶이 많이 버거워 보이는 그녀를 위해 미소는 반찬을 만들고, 현숙이 가장 뜨거웠던 순간의 사진을 남기고 새로운 친구에게로 떠난다. 세 번째로 밴드부 동생 대웅의 집으로 간다. 결혼한 지 8개월 만에 이혼을 하고 하루하루 폐인처럼 살아가 집은 술과 쓰레기로 난장판이 되어있다. 상실감과 현실적인 문제로 괴로워하는 대웅을 위해 미소는 청소를 하고 밥까지 차려주고 집을 떠난다.

네 번째로 찾아간 록이의 집에서는 살가운 가족들 덕분에 모처럼 즐거운 저녁식사를 한다. 록이의 엄마는 미소에게 연신 질문을 하며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는 천상 여자라며 눈여겨 본다. 어쩐지 자꾸만 이상하게 흘러가는 대화에 미소는 불편함을 느낀다. 록이 엄마의 계략에 미소와 록이는 같은 방에서 잠을 자게 되고, 우리 결혼할까? 라는 장난과 진담이 반 쯤 섞인 록이의 말에 미소는 집이 없어서 자신이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냐며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라고 답한다. 도망치듯 록이의 집을 빠져나와 마지막 친구 정미의 집으로 간다. 으리으리하고 거대한 집에 살고 있는 정미 덕분에 미소는 잠시나마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미의 남편과 하는 식사자리에서 남편은 미소에게 정미는 과거 어떤 사람이었냐고 묻는다. 미소가 잠시 생각하며 정미는 뜨거운 사람이었다고 대답한다. 다소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정미의 남편이기에 남편의 눈치를 보는 정미의 표정은 좋지 않다. 그날 밤 정미는 미소를 질책하고 돈을 주며 월세를 마련하라고 말한다. 미소는 그 돈을 받지 않고 집을 나오게 된다. 미소는 어디에 있을까? 백발이 되어버린 미소와 작은 텐트를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난다.

 

미소는 지금도 행복할까?

자본주의는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의 청년들은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다. 이 사회에서는 경쟁과 성공은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치열한 사회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런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듯한 미소의 모습과 비현실적으로 비치는 이야기를 현실적인 요소와 함께 풀어나간다. 다들 무엇을 쫒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 한솔처럼 잠시나마 모든 고민을 내려놓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미소가 부러웠다. 정미가 미소를 쫓아낸 것은 자신과 달리 가진 것이 없어도 당당한 미소의 모습을 질투해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신의 행복을 따라 자발적인 떠돌이로 살아가는 미소는 지금도 행복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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